예전에도 잠시 언급했지만, 박물관에는 질려서 웬만하면 잘 가지 않는 편인데 그나마 미술관은 그래도 기꺼이 가진다.
일요일에 마침 딱 일정이 널널하게 비어있어서 반나절은 과감하게 우피치에 투자하기로 했다.
토요일 저녁, 밥먹다가 '낼 일욜인데 뭐하지... 아 우피치 있다는데 함 가볼까? 예약 함 볼까?' 해서 부랴부랴 홈페이지로 예약한 것이다.
라스트 미닛 결정였지만 잘한 것 같다.
메디치 가문의 보물이 그득그득 하다는, 여타 "장물 보관소" 같은 유럽 박물관들과는 다른, ㅎㅎㅎ
르네상스 문화의 성지, 우피치로 가보즈아-
티켓은 미리 우피치 온라인으로 구매했다. (우피치 공식 사이트 https://www.uffizi.it/en/the-uffizi)
9월이라 성수기 요금 26유로+ 온라인 예약비 4유로 해서 30유로 (pro Person) 냈고,
미리 티켓을 구매한 경우 시간이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시간 맞춰 현장에 가면 된다.
긴 현장구매 줄 옆에 마련된 예약자용 짧은 줄만 서면 금방 입장이 가능했다.
우피치 미술관 홈피에 지정된 성수기는 3월초~11월 초까지, 비성수기는 11월 초~2월 말까지 이다.
지금 보니 비성수기 12유로 받고 있네.
계획 세워서 가실 분들은 사이트에서 정확한 날짜, 시간 별 가격, 특별전시 일정 등등 보고 참조하시면 되겠다.
얼리버드 티켓 (오전 8.15-8.45 입장 시 6유로 할인, 성수기에는 +1유로 더 해서 7유로 할인)도 있으니
아침형 분들은 요걸로 가 봐도 좋을 것 같다.
본격적 관람 시작.
사진을 여기저기 찍긴 했으나 내가 작품들에는 문외한이기도 하고 전문적 감상 리뷰를 남기는 포스팅도 아니기에,
유명한 작품들은 제목과 함께 병기, 아닌 작품들은 짤막한 감상과 함께 간단한 느낌을 남겨보려고 한다.
나중에 '아 나 이거 봤지,' 하고 생각날 수 있을 정도로만 ㅎㅎ 기록용이니께 거기에 충실하게 ㄱㄱ
입구에는 피렌체의 역사에 관한 간략한 소개가 되어있다.
피렌체 공식 동물인 멧돼지 조각, 그림이 자주 보인다.
귀엽-
복도가 이렇게 화려한 천장 벽화로 가득차 있는데
복잡한 듯 정갈한, 무질서인듯 질서잡힌, 눈이 편안한 빈티지한 색감의 그림들이라
이동 중에는 목 꺾이는 느낌으로다가... 열심히 눈에 담으며 다녔다.
시대적, 문화적 특성이 반영된, 성화들이 참 많았다.
수태고지 주제의 그림들, 마리아와 아기예수, 동방박사들... 이런 그림들.
보면서 나도 모르게 '오 홀리...' 이렇게 만드는 말그대로 성스러운 느낌의 그림들.
크기들도 다들 큼지막하고 어둡지만 묵직하게 선명한, 그 특유의 느낌이 살아있는 그림들이라 볼 맛이 났다.
지나가다 웬 용가리가 누워있어서 ㅎㅎ
귀여워서 찰칵-
가운데 방이 우피치에서 가장 아름다운 방이라는 팔각형 모양의 트리뷰나,
그리고 복도의 여러 조각상들을 지나 조금 유명한 회화들 위주로 보러 갔다.
이미 사실 작품들이 너무 많아서, 그 양에 압도되어가지고...ㅎㅎ
초입에서 느낀 흥분은 이미... 벌써...;; 조금 가라앉았다 ㅎㅎㅎ
회화들이 이제 주욱 -
먼저 보티첼리 존으로 들어왔다.
학부 때 교양으로 들었던 서양미술사 수업에서 본 그림들이 눈앞에...!!
보티첼리의 봄... 착장들이 요즈음 짐머만 드레스 같아서 와- 하게 만든다.
가까이서 보게 만든 몇 안되는 작품 중 하나.
이 역시, 넘나 유명해서 설명이 필요없는,
비너스의 탄생.
작지 않은 작품이라 그 규모에 놀라고
또 가까이서 보고 그 섬세함에 놀라고...
르네상스 예술의 시작이자 대표작...이라고 생각하고 봐서 그런가 그 무게감이 상당했다.
유명한 작품 앞에는 항상 사람들이 복작복작-
좋은 그림은 시간을 조금 두고 기다려 가까이서 봤다 멀리서 봤다... 하는게 내 감상 스타일이라서
이 그림앞에서 꽤 오래 서성였던 것 같다.
세 폭이나 되는, 경첩으로 연결된 제단화의 뒷면에 비밀스레 자리한 또 하나의 작품.
설명이나 작품 리스트 안보고 가서 그냥 지나갈 뻔 했는데,
앞에 큐레이터 해설팀에서 해설하는거 줏어듣고 나도 찍어봤다 ㅎㅎ
미술관 내부에서 보는 베키오 다리.
복도 곳곳에 큰 창이 나있어 햇볕도 잘 들고 뷰도 좋았다.
다 빈치의 수태고지.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예수의 잉태를 예고하는 장면이다.
복원 작업을 거치며 더욱 섬세하게 드러난, 새 날개로 표현된 천사의 날개와 오른쪽 바닥 타일이나 옷깃 표현이 신비로운 느낌이다.
성당 오른편 위에 벽화로 걸려있던 거라 오른편에서 보면 원근법이 맞아보인다고 해서 왔다갔다 하면서 봤는데
간만에 과학실험 하는 느낌도 들고 그림 보는 재미도 있었다.
미묘하지만 차이가 느껴지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다 빈치는 역시 천재였던 것이다...
지금에야 새로울게 없는 원근법이지만 당시에 그런 점을 고려하여 그림을 그렸다고 생각하니 새삼 감탄만 나왔다.
미켈란젤로의 프레스코화, 조각상 등 수많은 대작들 가운데 유일하게 이동가능한 소형 작품이라 알려진 성가족.
아기예수와 마리아, 요셉을 중심에 두고 그리스도교와 이교도의 세계가 배경처럼 나뉘어져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액자 자체가 입체라 신기했는데 이것 역시 미켈란젤로가 디자인한 것이라고.
예수와 예언자, 무녀의 머리가 표현된 것이라고 한다.
조각 작품과 회화 작품이 다같이 종합적인 하나의 작품으로 조화를 이룬다는 것이,
꽤나 화려한 액자임에도 멀리서 보면 그림을 잡아먹지 않는다는 것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마리아가 취하고 있는 자세는 torzione 라고 하는데, 아래에 나올 로마시대의 조각상 Laocoön 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이라고 한다.
역시 르네상스 작품 답다, 라는 포인트를 찾아가며 감상하는 재미.
책에서 보던 그림인데...? 싶던 아담과 이브 그림.
바이블 모티브 그림의 대표 주제라 아예 아담과 이브 방이 따로 있었다.
라오콘과 두 아들의 모습을 담은 조각 작품으로 프랑스 왕에게 보내기 위해 반디넬리가 만든 모작이다.
르네상스 시대에 많은 복제품이 만들어졌다고 하며 로마에서 발굴된 원작은 바티칸에 있다.
원작에서는 라오콘의 오른손이 손상된 채 발굴되었는데,
반디넬리의 버전에서와 달리 사실은 머리 뒤를 짚는 자세였다고 한다.
알렉산더 흉상... 너무 괴로워보이는 저 표정이 한참을 주변에서 서성거리게 했다.
복도에서 발견한 추기경 동상은, 옷깃, 레이스, 단추 등이 너무 섬세하게 표현되어 신기했다.
거의 끝무렵...
자상화 컬렉션이 가득 찬 방들이 연이어 계속된다.
르네상스 후기/16-17세기 바로크 시대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여기서부터 조금 지치기 시작...ㅎㅎ...
잠시 햇볕쬐며 복도에서 창밖 뷰를 핑계 삼아 잠시 휴식도 취하고-
유명한/ 보고싶었던 작품이 아직 덜 나온 터라 조금만 힘내서 돌아보기로 한다.
오- 눈에 익은 작품이다, 때마침.
책처럼 여닫을 수 있게 경첩을 달아 제작된 딥티크diptych로 공작 페데리코 다 몬테펠트로와 부인 바티스타 스포르차의 초상이 담겨있다.
부인 바티스타는 유난히 창백한데, 사후 데스마스크를 보고 그려서 그렇다고...
초창기 르네상스의 부흥을 위해 예술적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우르비노의 공작이었던 페데리코.
마상시험에서 오른쪽 눈을 다쳐 이후 초상화에는 왼쪽 측면만 그렸다고 한다.
덕분에 부부가 마주보는 측면이 아주 인상깊은, 우피치에서 제일 유명한 작품 중 하나가 되었다니 아이러니 하다.
오오 제일 보고싶었던 작품 중 하나, 찾았다.
클림트의 그 유디트! 그 유디트가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장면을 담은 그림.
물론 젠틸레스키 개인의 히스토리 때문에 더더욱 극단적으로 표현된 측면이 없지 않다고들 하지만 성서에 나와있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적장의 목을 베러 시녀와 단 둘이 적진 한가운데에 침투한 이스라엘 구국 영웅으로서의 면모 랄까)
카라바조의 유약하고 겁많은, 등떠밀린 소녀의 느낌인 유디트 보다는
젠틸레스키의 강단있고 목적의식이 있는, 적극적인 여성으로서의 유디트가 더 설득력 있는 게 사실이다.
다 차치하고서 일단 실제 같은 모션과 피의 표현이 잔인한 느낌을 배가시키고 생동감있게 다가와
오래 보기엔 무거운 느낌이 들 정도로, 힘이 있는 그림이었다.
"성경은 몰라도 다윗과 골리앗은 알지!"의 그 다윗 ㅎㅎ
그리고 아주 오래되었다고 한 태양 벽화... 언제인지 기억이.......
오래 전에 발굴된 거라고 하는 큐레이터 해설의 자투리를 엿들은 거라 ㅎㅎ
왜 그때나 지금이나 해가 저렇게 인자한 웃음을 지을거라고 상상하는 걸까, 싶던.
마지막으로 담은 작품은 카라바쬬의 메두사.
페르세우스의 방패에 비친 메두사의 마지막 모습과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카라바죠도 실제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작업했다고.
생생한 표정 묘사와 피가 솟구치는 모습, 뱀 머리카락의 징그러운 느낌이,
실제로 보니 아주 리얼했다. 나도 눈마주치면 안될 것 같은, 그런 ㅎㅎㅎ
이로써 3시간에 가까운 굵고 짧은 우피치 미술관 관람이 끝났다.
보통 하루 이틀씩 투자하는 분들도 있던데...
나는 이정도면 충분하다 ㅎㅎㅎㅎㅎ
공사중인 공간이 있어서 다 본 것도 아니지만 보고 싶었던 작품들도 다 봤고 대표작들은 얼추 다 봤기에 만족.
얼레벌레 우피치 관람기 끝!ㅋㅋ
박물관 앞 넵튠 분수대를 지나...
(찾아보니 9월 초반에 어떤 독일 관광객이 사진 찍는다고 저기 들어가서 말, 마차 부분이 손상되었다고... 하던데 -_-
내가 갔을 때는 수리 작업이 끝난 건지 가려두지는 않았더라. ㅎㅎ...)
마그리뜨의 <연인들>을 오마주한 스트릿 아트도 지나고...
예쁜 골목 골목을 지나 젤라또도 사먹고...
그렇게 이른 오후 일정 끝.
날씨가 너무 더워서, 또 일요일이라 조용하기도 해서 무리하지 않고 호텔로 쉬러 간다.
Fortsetzung fol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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